안녕하세요! Dr. Lee’s trivia 입니다. 저번 포스팅에서는 장염 증상과 원인, 빨리 낫는 법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오늘은 많은 분들이 간과하기 쉬운, 하지만 매우 중요한 건강 신호 중 하나인 ‘통증 없는 혈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갑자기 혈변이 나타나면 무척 놀라실 텐데요, 혈변은 무조건 통증을 수반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통증 없이 나타나는 혈변은 단순한 항문 질환이 아닐 수 있으며, 대장암과 같은 심각한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통증 없는 혈변의 대표 원인 5가지
1. 내치핵 (Internal Hemorrhoids)

통증없는 혈변의 대표적인 원인은 내치핵입니다. 내치핵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치질’ 중에서도 항문 내부에서 발생하는 형태입니다. 통증 없는 혈변 20대에서 가장 흔하게 생기는 원인이기도 하고, 항문 안쪽 정맥이 늘어나고 확장되면서 출혈이 생기게 되는데, 이 경우 신경이 적게 분포된 부위이기 때문에 통증은 거의 없지만 선홍색 출혈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일반적으로 배변 후 변기에 핏방울이 떨어지거나 휴지에 피가 묻는 형태로 관찰됩니다. 생활 습관 개선(예: 좌욕, 충분한 수분 섭취, 식이섬유 섭취)으로 호전될 수 있지만, 반복적인 출혈은 철결핍성 빈혈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2. 게실출혈 (Diverticular Bleeding)

게실은 대장의 벽이 약해지면서 밖으로 풍선처럼 불룩 튀어나온 구조물을 말합니다. 보통 고령자에서 흔히 발생하며, 특별한 증상 없이 지내다가 갑자기 대량의 통증 없는 혈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게실 자체는 통증을 유발하지 않지만, 그 안에 있는 혈관이 터질 경우 출혈이 일어납니다. 게실출혈은 흔히 우측 대장에서 발생하며, 출혈량이 많을 경우 응급 처치가 필요한 상황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대량의 통증없는 혈변이 쏟아진다면 게실출혈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3. 혈관기형 (Angiodysplasia)

혈관기형은 주로 노인에서 발생하는 병변으로, 장 점막 안의 작은 혈관들이 점차 비정상적으로 확장되면서 쉽게 터지고 출혈을 일으키는 상태입니다. 특히 우측 대장(맹장, 상행결장)에서 흔하게 발생하며, 출혈 양상은 간헐적이지만 반복되면 만성 빈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개 자각 증상이 없어 우연히 대장내시경이나 빈혈 검사 중 발견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치료는 내시경을 통한 지혈이나 고주파 응고술 등을 통해 진행할 수 있습니다.
4. 대장 용종 또는 대장암 (Colorectal Polyps or Cancer)

대장에 생긴 용종이나 조기 대장암 역시 초기에는 통증이 없고, 오직 혈변만이 유일한 증상일 수 있습니다. 특히 좌측 대장(하행결장, S자결장)에 위치할 경우, 피가 덜 분해되어 눈에 띄게 선홍색 또는 진한 혈변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혈변이 간헐적으로 나타나면서 배변 습관 변화, 체중 감소, 피로감 등의 증상이 동반되면 대장암 가능성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하며, 정밀한 내시경 검사가 필요합니다.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높은 질환이므로, 중장년층 이상에서는 혈변이 나타날 경우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됩니다.
5. 상부 위장관 출혈의 빠른 통과 (Rapid Transit of Upper GI Bleeding)
위나 십이지장에서 출혈이 발생할 경우 일반적으로는 피를 토하는 ‘토혈’이 동반되지만, 출혈 속도가 매우 빠르고 장의 이동이 활발할 경우, 피가 붉은 상태로 대장까지 내려와 혈변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통증은 느끼지 못할 수 있으나, 구토, 어지러움, 저혈압 등의 전신 증상이 동반되며, 응급 상황일 수 있습니다. 대개는 검은색 또는 흑갈색의 변을 보게 되나, 위 출혈이 장을 빠르게 통과하면 붉은 혈변처럼 보이기도 하므로, 진단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간과해서는 안되는 혈변 신호 4가지
1. 혈변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
한두 번 정도의 혈변은 치핵이나 일시적인 장 점막 손상 때문일 수 있지만, 혈변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상황은 다릅니다. 반복되는 출혈은 단순 염증이나 치핵 이상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대장 용종, 혈관기형, 대장암 등의 조기 신호일 수 있습니다. 출혈이 계속되면 철분 결핍성 빈혈로 이어지며 만성 피로와 면역력 저하까지 동반될 수 있어 반드시 정밀 검사가 필요합니다.
2. 출혈량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처음에는 휴지에 살짝 묻는 정도였던 출혈이 점차 변기물이 붉게 물들 정도로 많아지는 경우, 이는 단순 치핵이 아닌 게실출혈이나 혈관기형, 심한 경우 장 내 종양의 출혈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갑작스럽고 다량의 혈변은 응급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빠르게 병원을 방문해 내시경 등의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3. 어지럼증, 피로감, 숨참 등의 전신 증상이 동반된다
혈변 외에도 어지럼증, 만성적인 피로감, 숨이 차는 증상 등이 함께 나타난다면, 이는 몸 안에서 상당량의 출혈이 지속되고 있거나 이미 빈혈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특히 여성이나 고령자, 기존에 심장이나 폐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서는 이러한 증상이 더욱 빠르게 나타나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악화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단순한 검사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고, 보다 면밀한 혈액검사 및 영상검사가 필요합니다.
4. 최근 체중이 급격히 줄거나, 배변 습관이 변화했다
의도하지 않은 체중 감소, 또는 변비와 설사가 번갈아 나타나거나 배변 후 잔변감이 느껴지는 경우는 장 기능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는 특히 대장암이나 염증성 장질환(IBD)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으로, 혈변과 함께 나타날 경우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많은 경우 환자들은 ‘나이 때문’, ‘스트레스 때문’이라며 이런 변화를 무시하지만, 조기 진단 시 예후가 훨씬 좋은 질환들도 많기 때문에 빠른 대처가 중요합니다.
위 통증없는 혈변 포스팅은 대한소화기학회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